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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뉴질랜드 워홀

뉴질랜드 워킹홀리데이 야간 키위농장 현실 하루일과

by 푸린01 2020. 11. 27.

지난 뉴질랜드 워킹홀리데이 여자 혼자 농장 일자리 구하기에 이어 오늘은 백패커 생활을 하면서 야간 농장일을 했던 생생한 후기를 남겨보려고 합니다. 제 인생에서 가장 즐겁고 힘들었던 경험 중 하나였어요. 그럼 뉴질랜드 워홀 야간 키위농장 현실 하루일과 시작해 볼게요!

 

나이트 시프트 라고!?

충.격. 농장일을 드디어 구해서 기쁨에 날뛰던 우리 다섯 명은 나이트 시프트(야간 작업)라는 말에 "응?"했습니다. 물론 그래도 감사할 따름이었지만요.

 

계약서를 쓰러 도착했을 때 여권, 비자사본, 은행계좌 등을 가져갔던 것 같아요. 계약서를 쓰고 나면 자리에서 바로 포지션을 알려줍니다.

저와 한국인 언니는 grader였어요. 말 그대로 키위를 등급에 맞게 분류하는 일이었습니다. 터진 것은 버리고, 상처가 많이 난 것은 B급으로 분류했어요. 쉬운데 하다보면 토나오는 일입니다.(웃프네용..ㅋㅋㅋ)

 

반면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친구는 packer로 배정받았어요. 저희가 분류한 키위를 박스에 갯수에 맞게 담는 일입니다. 하다보면 손이 많이 다쳐요. 어쨌든 일 구하기가 힘드니 잡헌팅에 성공했다는 기쁨에 차서 백패커로 돌아갔습니다. 앞으로 차주인 프랑스인(지금은 캐나다에 사는)친구에게 매일 2달러씩 카풀비를 주기로 했어요. 그리고 우리는 자축을 하고 잠에 들었습니다.

 

키위농장 첫 날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머리 위생모. 그리고 새벽 1시쯤 주어지는 점심시간. 저녁 6시 반까지 준비를 마치고 모여서 출발합니다. 7시까지 출근을 해야되기 때문이에요. 공장에 들어서면 키위가 컨베이어벨트에서 빙글빙글 돌고, 탈탈탈 떨어져서 공장 내부가 키위털로 가득합니다. 퇴근 후 돌아와서 샤워할 때 코에서 까만 코가 나올 정도로요 ㅎ_ㅎ

 

그래서 공장에 들어가기 전 모두 위생모자를 씁니다. 마스크를 하기도 하고 장갑을 끼기도 하는데 대부분은 모자만 썼던 것 같아요. (이 모자는 캐리어에 신발 보관하는 데 유용하게 사용되니 퇴사하기 전에 하나 챙겨오세요ㅋㅋ) 처음에 입사(?)해서 지문등록을 했어요. 그리고 위치를 안내 받고, 교육인지 아닌지 모르겠는 교육을 듣습니다. 감독관의 감독 아래에서 일을 시작해요.

 

컨베이어 벨트 레인을 사이에 두고 파트너와 마주 보며 일하게 됩니다. 공장이 조금 시끄럽긴 하지만, 얘기도 나누고 하다보면 재밌어요. 빙글빙글 키위가 돌다가 50분 정도가 지나면 멈춥니다. 50분에 10분 정도 휴식시간을 주거든요. 그러면 키위가 머릿속에서 돌아요. 그러면 정말 속이 메스꺼워집니다.

 

어느 날은 같이 일하는 언니가 키위가 도는 꿈을 꿨다고 했어요. 저도 눈을 감으면 키위가 빙글빙글 돌더라구요. 이런 게 직업병인가 봅니다....허허 일을 하다가 쉬는 시간에는 패커팀을 슬쩍 봅니다. 그들은 쉬는 시간이 따로 없었어요. 그냥 키위가 안 나오는 시점에 쉬면 된답니다. (나중엔 저희도 패커로 보내졌어요)

 

꿀맛 같은 점심시간

새벽 12시-1시쯤 되면 점심시간 종이 울립니다. 헐 ㅠ_ㅠ 넘나 행복. 직장인들이 점심시간만 기다리는 심정을 매우 알 것만 같아요...

무료로 제공되는 잉글리쉬브렉퍼스트티에 우유를 살짝 타서 밀크티를 마십니다. 하..설탕 한 스푼 안 넣었는데 당이 차고 피로가 풀리는 느낌. 잠을 깨우기에도 너무 좋았어요.

 

점심으로 간단한 빵을 판매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거의 간식 수준이에요. 준비해 오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처음엔 과일과 빵을 싸오다가 나중에는 중국 식당에서 볶음밥을 포장해 왔어요. 양이 많아서 2, 3일분으로 나눠서 챙겨다녔습니다. (전자레인지는 구비되어 있어요!)

 

현금을 안 가져온 날에는 친구에게 빌리기도 했어요. "너..5달러 있니?" "물론. 그거면 돼?" 그거면 되냐니...이 말에 감동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점심시간에는 생일자를 소개하고 케익을 주며 축하해 주기도 하고요. 중요한 이슈나 변동사항에 대해 브리핑하기도 해요. 그래서 먹으면서 잘 들으면 됩니다ㅎㅎ 꿀 같은 점심시간이 끝나고 다시 일을 하러 갈 시간이에요. 이때부터 아침 6시까지 일을 하고 퇴근을 합니다.

 

드디어 오전 6시 퇴근

퇴근 종이 울립니다. 손을 씻고 모자를 벗고, 점심시간을 가졌던 공간으로 가서 옷과 가방을 챙깁니다. 칼퇴하고 싶어!!! 자동차로 뛰어갑니다.

참 신기해요. 오전 6시가 누군가에게 출근할 시간이고 누군가에겐 퇴근하는 시간일 수 있다니. 저녁에 별을 보며 출근해서 해돋이를 보며 퇴근하는 삶. 누군가에겐 익숙한 삶이겠죠?

 

아침에 해돋이를 보며 도착하면 "추워추워" 하면서 호스텔로 돌아갑니다. 방에 들어가면 다른 게스트들은 자고 있기 때문에 조용히 샤워할 짐을 챙겨서 나옵니다. (너희는 자는 동안 나는 일하고 왔구나..갑자기 아빠 생각...아빠 일하고 왔을 때 내가 자고 있었지..미안해..) 키위먼지로 덮힌 몸을 씻고 다시 자리로 돌아가면 오전 8시. 아직 하루가 끝나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해야 할 일이 남아있어요...고되다 고돼ㅜㅠ.

 

마지막 할 일 '전화'

전화를 왜, 어디에 하냐구요? 키위공장에요ㅠㅠ.. 오전 10시가 되면 키위공장에 전화를 해서 다음 날 우리 팀이 출근을 하는지, 안 하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녹음된 ARS가 말해줘요. 저는 eagle팀이어서 "오늘 eagle팀 night shift는 있다. 또는 쉰다." 라고 말해줘요. 그걸 8시부터 자다가 10시에 꾸역구역 일어나서 확인하고 다시 자야합니다. 만약 일이 없으면 늦잠을 자도 되니까요..... 그래서 오전 10시에 알람을 맞추고 잡니다. 흑흑 이게 뭐야...

키위농장일. 누군가에겐 어렵지 않을 거예요. 같이 일하던 대만 친구가 그러더라구요.

 

"체리야. 이것보다 힘든 일이 세상에 더 많아."

 

맞아요..제가 나약해요. ㅠ ㅠ 그런데 저는 제 인생에서 해 봤던 일 중에 가장 고되고 힘들었답니다. 일을 하다보면 허리가 아파서 걷다가 주저 앉기도 했어요. 퇴근 후 잠을 자다가 갑자기 몸에 열이 오르고 식은 땀이 나기도 했구요. 출근하지 않는 날도 생활리듬을 맞추기 위해 억지로 새벽 6시까지 깨어있다가 잤어요. 저는 힘들었어요.. 그래서 오래하지는 못했어요.

 

하지만 그만큼 기억에 많이 남아요. 그리고 행복했던 기억도 정말 많았어요. 그 순간들도 다 차근차근 기록해 볼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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