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조 방영이 끝나고 심심했던 차에 넷플릭스에서 <이번생은 처음이라>를 만났다. 16부작으로 길지 않게 구성되어 3일 안에 다 볼 수 있었다. 내 나이가 30을 앞두고 있어서 그런가. 드라마 속 인물들을 보며 공감하고, 위로받고, 같이 눈물을 흘렸다. 2030분들께 강력 추천 한다. 드라마 <이번생은 처음이라> 줄거리 요약과 리뷰를 덧붙인다.
드라마 줄거리 3줄 요약
드라마 작가를 꿈꾸는 S대 졸업생 지호(정소민). 임신한 동생 부부에게 집을 뺏긴 후 살 집을 구하려 여기저기 전전해보지만 가진 돈으로 갈 수 있는 곳이 없다. 그러던 중 지인의 소개를 받아 하우스메이트를 구한다. 세희(이민기)라는 이름만 보고 여자일 거라 예상했지만 집주인은 남자였다. 대출금을 갚기 위해 월세를 받아야하는 집주인과 누울 방이 필요한 세입자의 동거 라이프가 시작된다. 당연히 그 끝은 로맨스.
드라마 방청 후기 리뷰
큰 흐름상 줄거리는 위와 같다. 방청 후기를 덧붙여보고자 한다. 드라마에서 다루는 내용은 주로 이렇다.
- 연애와 결혼
- 진로 선택
- 집 문제(하우스푸어)
- 시월드
- 가부장제
나는 이 드라마가 참 고맙다. 드라마에서 던져준 주제가 딱 내가 가진 고민이다.
앞서 이 드라마를 2030에게 추천한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주인공들의 나이대가 갓 30이 된 설정이기 때문이다. 그 나이대에 가지는 고민, 고충들을 이겨내는 모습을 낱낱이 보여준다. 일, 사랑, 삶, 뭐하나 쉽지 않은, 이제 막 어른이 된 나이. 극중에서는 88년생이 30으로 나오는데 (4-5년 전 드라마) 지금 내 나이가 29-30이니 그들은 35가 되었겠다. 어떻게 살고 있을까? 지호는 드라마 메인 작가가 되었을까? 자금이 없는 호랑과 원석은 5년 후 (12년 열애 끝에) 결혼 했을까?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전통적인 결혼 제도가 연인 간의 진정한 사랑을 방해한다는 점이다. 나는 결혼 제도에 대한 반감이 있다. 개인과 개인이 평생의 동반자를 만나는 결혼인데 왜 집안과 집안의 문제가 되는 것인가? 상견례나 인사 정도는 물론 드릴 수 있다. 내게 소중한 가족인만큼 그에게도 소중한 가족이고, 어떤 사람과 사는지 정도는 아셔야 하니까. 그런데 그 이상의 가족 고유의 행사(누구도, 왜 하는지 모르는)에 내가 왜 부당 노동을 해야 하는가. 실제로 이 드라마에서도 그 점을 콕집은 에피소드가 하나 나온다.
지호와 세희는 결국 사랑으로 결혼한다. 그러나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한다. 계약서를 작성한다. 남들이 (당연하게) 하는 명절엔 시댁 -> 처가집이라든지, 의미 없는 인사치레, 가족 내의 행사(제사 같은), 시월드를 완벽 차단한다. "명절에는 각자 자기 집으로 간다"는 조항을 넣는다. 난 이 대목에서 약간 느낌표(!) 감정을 느꼈다. '오, 그래. 저런 조항만 있다면 난 더 이상 결혼을 망설이지 않을 수 있겠다.' 시월드가 완벽히 차단된다면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이게 나에게 '이만큼 중요한 문제'였구나.
아마 각 집안에서 난리가 날 것이다. 지호는 마지막 회에서 나래이션으로 "각자 집으로 간 첫 해에 가부장적인 아버지는 밥상을 엎으셨고, 시어머니는 전화와서 우셨다"고 했다. "그러나 처음만 그랬고 그 다음엔 별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그렇다. 뭐든 처음이 어렵다. 고정관념이 깨지는 순간이니까.
결혼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뭘까. 두 사람의 사랑과 따뜻한 안정보다 중요한 게 대체 뭘까? 제대로 고민하게 만드는 고마운 드라마였다.
다음은 진로 고민. 극중에서는 무려 S대를 나와서 80만원 받고 보조작가로 일하며 꿈을 키운 지호를 '가진 게 없는 사람'으로 묘사한다. 여기서 가진 것이란, 물질적인 것을 말한다. 그러나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지호 내면의 단단함과 성숙함(고지식이 아니라 자기 철학에 근거한 성숙)이 보인다. 그는 물질적으로 가진 것은 없어도 정신적으로는 풍요로운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야말로, 삶을 소중하게 대한다. 뭣이 중요한지, 어떤 방향을 보고 뛰어야 하는지 아는 것만큼 중요한 건 없다. (그리고 꿈 vs 사랑은 택1이 아니다. 절대로!)
이번생은 처음이라 명대사 모음
1.
"그냥 우리는 돌아이 부부가 되었고,
그만큼 우리의 생활에 충실할 수 있게 되었다.
결혼이든 비혼이든, 혼인신고를 하든 안하든,
무엇을 택해도 생각보다 그렇게 심각한 일들은 일어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건 옆에 있는 이 사람과 지금 함께 하는 것.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사랑만 하기로 한다."
2.
"나한테 쪽팔려서 그래요. 나이 서른 먹도록 남자 호의 하나 구분 못하고 혼자서 3년을 얼었다 녹았다. 서른까지 울렁울렁. 내 마음한테 내가 쪽팔려서 그래요. 스무살도 아니고. 나이 서른에 이게 뭐 하는 짓인지."
"그 짧은 문장에 서른이라는 단어를 세 번이나 쓰다니, 신피질의 재앙이네요."
"네?"
"스무살, 서른, 그런 시간 개념을 담당하는 부위가 두뇌 바깥의 신피질입니다. 고양이는 인간과 다르게 신피질이 없죠. 그래서 매일 똑같은 사료를 먹고 똑같은 집에서 똑같은 일상을 보내도 우울하거나 지루해하지 않아요. 그 친구에게 시간이란 현재밖에 없는 거니까. '스무살이니까, 서른이라서, 곧 마흔인데..' 시간이라는 걸 그렇게 분초로 나눠서 자신을 가두는 종족은 지구상에 인간밖에 없습니다. 오직 인간만이 나이라는 약점을 공략해서 돈을 쓰고 감정을 소비하게 만들죠. 그게 인간이 진화의 대가로 얻은 신피질의 재앙입니다. 서른도 마흔도 고양이에겐 똑같은 하루일 뿐입니다."
3.
"고등학교 때 수지의 꿈은 사장님이었다.
무슨 일을 하든 간에 꼭 사장이 될 거라고 했다.
항상 자신이 인생의 주인공이었던 멋진 아이, 그게 수지였다.
사장님이 되고 싶었던 수지는 사장님들이 부르면 달려가야 하는 직장인이 되었고,
결혼이 유일한 꿈이었던 호랑은 연애 5년에 동거만 2년 째.
그리고 나는 서울에서 살기 위해 집주인과 결혼하기로 했다."
4.
"호랑은 빨간색이 참 잘 어울리는 아이였다.
남들과 다른 색을 입어도 언제나 당당했던 아이, 그게 호랑이었는데.
우리는 언제부터 남들과 다른 색이 부끄러위지기 시작한 걸까?"
5.
"이혼할라꼬 딱 마음을 묵고 퍼질러 자는 니 아뻐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연애 때 생각이 나더라. 내가 그때 헤어졌으면 이 사람 평생 그리워 했겠구나. 평생을 마음 한 켠에 두고 절절하게 그리워했을 사람이구나, 이 사람이. 그리 생각이 드니까 그냥 살자 싶더라. 지호야. 사람 인생 다 비슷비슷하고 고만고만하다. 다만 지 별 주머니를 잘 챙기는 게 그게 중요하지."
"별 주머니?"
"고만고만한 인생 안에서 때에 따라 반짝반짝 떠다니는 것들이 있다. 그때마다 그걸 안 놓치고 지 별 주머니에 잘 모아둬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힘들고 지칠 때 그 별들 하나씩 꺼내 보면서 그 시간을 견딜 수가 있는기다."
6.
"결혼은 너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이 얽혀있는 일 같아요. 문제는 그 사랑들이 하나같이 다 진심이라는 거죠. 알고 보면 하나같이 다 예쁜 마음인 건데.. 근데 예쁜 것들도 얽히고 설키면 그게 원래 어떤 예쁜 모양이었는지 알아볼 수가 없어지니까. 그게 원래 무슨 사랑이었던 건지 알 수가 없어지니까. 그래서 부부는 정으로 산다, 무촌이다, 가족이다 그런 다양한 표현들이 가능한 사이가 되는 건가 봐요. 진짜 대단하고 무서운 일 같아요. 부부가 된다는 거."
7.
"아무리 요즘 애들이 제멋대로라고 해도 결혼을 뒤엎는 게 어딨니? 결혼은 신성한거야."
"죄송합니다. 어머니. 그런데 저는 결혼이 신성한 거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사랑이 신성한 거지."
8.
이혼 = 새드엔딩
결혼 = 해피엔딩
이건 성립되는 공식이 맞을까?
아니. 지호는 결혼과 사랑은 다르다고 말한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심리학 이론도, 주옥같은 대사도, 매력적인 캐릭터도, 고정관념을 부수려는 작가의 시도도 다 너무 좋았던 드라마. 시간이 지나고 또 정주행 해야지. 그땐 내가 어떤 대사를 명대사로 꼽으려나?
사진 출처: 전부 Netfl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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