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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영화리뷰

리메이크 영화 조제 뜻, 결말 해석, 줄거리, 아이유 자장가

by 푸린01 2021. 1. 10.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한창 넷플릭스만 보다가 오랜만에 결제하고 본 영화, 조제.

 

주연 한지민, 남주혁 배우를 좋아해서 이끌리듯 봤다. 마지막 엔딩에서 '설마 이게 끝인가? 아니겠지?' 싶었는데 정말 끝이더라. 나는 킬링타임, 오락성 작품보다 질문을 던지는 영화를 좋아하는데, 이 영화도 그럴 것이라 기대했다. 포스터부터 오락성은 아닌 것 같아서.

 

결론부터 말하면 이 영화는 오락성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질문을 던지지도 않는다. *좋은 재료들을 섞어서 요리해놓고 "먹어봐. 맛있어?"라고 묻는 게 아니라 "먹든지 말든지. 알아서 해"라고 말하는 느낌이랄까. 너무나 천천히 그리고 담담히 보여주고 싶은 걸 보여줘서, 관객으로서는 어디에 주목해야 할 지 헷갈린다. 감독의 배려일까? 분명 기승전결이 있는데 영화를 보는 내 마음(감정)에는 기승전결이 없었다. 두 배우의 봄 - 여름 - 가을 - 겨울이 나에겐 가을 - 가을 - 가을 - 겨울로 느껴졌달까? 애틋함이 담겨있는 게 분명한데 와닿아 공감되는 바가 없었다.

 

*좋은 재료란 좋은 배우, 좋은 연출, 좋은 소재들 -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사랑, 그 안의 갈등과 장벽, 외부세계와 단절된 채 책으로 세상을 배우고 상상으로 느끼는 사람, 지방대 학생의 생존기 등

 

 

조제 뜻

 

프랑수아즈 사강

 

영화제목 '조제'는 사람 이름이다. 실명은 아니고, 한지민이 좋아하는 소설 '한 달 후, 일 년 후'의 주인공 이름이다. 그녀가 좋아하는 작가 이름은 프랑수아즈 사강. 이름이 뭐냐는 남주혁의 질문에 "조제라고 불러"라고 답한다. 그래서 조제다.

 

프랑수아즈 사강의 명언.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나는 나 자신을 파괴할 권리가 있다." 이 작품과도 연결된다.

 

 

 

결말 해석, 줄거리

 

사진: eyesmag.com

 

대학교수 집에 얹혀 살던 대학생 영석(남주혁). → 이 둘의 관계가 궁금한데 자세히 나오진 않는다. 부적절한 관계로 추측할 뿐.

 

"가지마. 내 곁에 있어줘. 부탁할게."

 

조제의 부탁에 넓고 쾌적한 아파트를 뒤로하고 조제(한지민)와 동거를 시작한다. 중간에 임신테스트기 확인 장면도 나오는데 임신하진 않았다. 두 주인공의 표정과 영화 맥락상 '다행히도' 임신이 되지 않은 것이라 해석할 수 있겠다. 우풍이 들고 난방도 잘 안되는 허름한 집에 사는 지방대 졸업반 취준생과 주민등록번호가 말소되어 사회생활도 하기 어려운 조제에게 아이는 축복이 아닐지도.

 

사진: 시네21

 

관람차를 타러간 조제와 영석. 정상을 찍고 한 바퀴를 돌아 하차하려하는데 문을 닫는 조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가장 멀리 가고 싶은데, 동시에 갇혀있고 싶다고 했던가. 이 장면에서 본 조제와 영석의 표정은 '행복' '기대' '설렘'이라기보다는 이별을 준비하는 것 같았다. 마치 시한부처럼, 이 시간이 영원하지 않단 걸 너무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한 바퀴라도 이별을 미뤄보려는 작은 저항이었을까.

 

그러다 영화는 5년 후로 넘어간다.

 

그토록 가보고 싶던 스코틀랜드에 영석과 함께 가보는 조제. 물론 그녀의 상상 속이지만 그것이 그녀의 현실 세계일 지도 모른다. 우리는 모두 자기 세상 속에 갇혀 사니까. 사실이라고 믿는 대로 보고, 그에 따라 감정도 느낀다. 섬세한 사람이라면 감각도 느낄 수 있다.

 

 

사진: 시네21

 

이별 전, 아쿠아리움에 간 영석과 조제. 대형관에서 살아 움직이는 물고기들을 보며 조제가 말한다.

 

"이제 안 외로워. 네가 없어도 외롭지 않아. 계속 네가 옆에 있다고 생각할 거야.

 

우리가 보기에는 저 물고기들이 갇혀있는 것 같지만, 물고기가 보기에는 우리가 갇혀있는 것 같겠지.. 저 중에서도 행복한 물고기가 있을 거야. 저 물고기들이 행복하지 않다는 건 우리가 정해놓은 거지."

 

마치 이미 떠나기로 예정되어있었는데 붙잡아 두었던 사람처럼, '이제 혼자 할 수 있으니 너는 가도 좋다'고 말하는 조제.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며 눈물을 훔치는 영석. 그녀는 알고 있었던 거겠지. 자신을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나 여행 중인 조제라고 소개하면서도, 자신이 상상 속에 살고 있다는 걸 알고 있던 거겠지. 남들이 보기에는 그녀가 갇혀 지내고 행복하지 않을 것 같지만, 정작 어항 속 물고기 마음은 모르는 거 아니냐고. 다들 자신의 편협한 세계관, 관점으로 남을 보면서 '남의 행복과 불행'을 멋대로 판단하는 게 역겨웠던 그녀.

 

 

이전에 "구멍난 창문으로 바람이 들어와 불편하지 않냐"고 묻는 영석에게 "안 불편해. 난 괜찮은데 니가 왜 불편하냐고 물어. 내가 불편한 건 너야"라고 답한 조제였다.

 

그렇게 이별 후 5년 뒤, 운전을 배우고 할머니를 납골당에 모시며 자신의 세상을 조금씩 넓혀나가는 조제와 '정석'이라고 여겨지는 취업 - 결혼 코스에 갇힌 영석의 모습을 보여준다. 여전히 서로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스크린으로 표현된다. 잠시 만났던 대학 후배와 결혼, 퇴근할 때 눈치보이는 회사가 영석의 '더 좁아진 세상'을 보여주는 것 같다.

 

더 넓은 세상을 걸어다닌다고 해서 내 세상이 크다는 의미는 아니다. 앞서 말했듯 이것저것 좋은 주제를 재료로 잘 버무려 만든 영화지만, 어느 하나에도 집중이 안 되어 보고나면 설명이 필요한 영화. 개운하지 않은 영화다.

 

일본 원작을 안봐서 모르겠지만 영화가 좀더 두 주인공의 관계, 감정선에 초점을 맞췄다면 공감되지 않았을까 싶다. 애매한 여교수와의 관계, 취업의 어려움 등 잔가지는 쳐내고 말이다. 줄기가 얇은 나무에 잔가지가 많이 나서 감상하기가 어려운 작품이었다.

 

 

아이유 자장가

 

vogue

 

페르소나의 인연이 있어서 일까, 페르소나 - <밤을 걷다> 촬영 후 작곡했다는 '아이유 - 자장가'를 엔딩 ost로 넣었다. 아이유가 자신의 곡 중에 가장 슬픈 곡이라고 했다던데. 잔잔하게 마음 아픈 이 영화의 엔딩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아이유 - 자장가 중

 

어느 사이 끝나 가는 꿈이지만
마음 놓아 마지막 노랠 불러 줄게
My lullaby baby
Sweet good night
무서운 꿈은 없을 거야
너의 끝나지 않는 긴긴 슬픔을
이제는 그만 보내 주렴
잠들지 못해
지친 숨소리가 잦아들 때까지
소란한 너의 밤을 지킬게
I’ll be nearby
Baby sweet goodnight
항상 네 곁에 있을 거야

 

포스터 문구처럼 '계속 서로의 옆에' '잊을 수 없는 이름'으로 남아 자장가가 되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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